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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 매운맛 & 순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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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닷컴 이창섭 시민기자
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3-08-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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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속 귀신들은 꼭 질문을 던진다.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하고 묻는 화장실 귀신은 기담계의 고전. 한때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 괴담에서는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어린 아이에게 다가와 묻는다. "내가 예쁘니?" 이런 기담이 공포스러운 지점은 마치 선택을 잘 하면 안전하게 위기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기대를 기어이 배반하고 만다는 데 있다.

최근 읻다 출판사에서 출간된 <여름기담>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 시리즈는 매운맛과 순한맛으로 나뉜 2권짜리 소설집이다. 기묘하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귀신의 질문이 그렇듯, 어느 맛을 골라 읽어도 등골이 서늘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순한맛은 "충분히 무섭지만 순한 이야기", 매운맛은 "작정하고 무섭게, 독한 이야기"다.

소설집에는 젊은 작가 8인이 참여했다. 이주혜, 정선임, 범유진, 전예진은 순한맛 부분을 맡았고, 백민석, 한은형, 성혜령, 성해나는 매운맛 부분을 맡았다. 각각 한 편의 단편소설과 작가의 말을 실었다.

이 소설집의 모양새도 기이하다. 표지는 마치 매운맛·순한맛 인스턴트 카레 패키지처럼 절취선과 성분표, 영양정보, 제조일 등을 담고 있다. 유기농 인증표시 대신 유기농담 표시가 붙어있는 식이다. 책날개에 적힌 조리방법은 이렇다. "1. 주변을 어둡게 조성해 주세요. 2. 분신사바를 통해 읽을 단편을 정합니다. 3.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며 독서에 매진합니다."

매운맛의 경우 귀신과 저주, 괴물 이야기로 범벅일 거란 예상과 달리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집은 독자들에게 기묘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을 선사하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그대로 빠져들게 만드는 짜릿함을 전달한다.

<여름기담> 시리즈는 과감하고 독특한 표지와 조리방법, 그리고 작가들의 탁월한 소설들로 독자들을 공포의 세계로 안내한다. 순한맛인지 매운맛인지 선택은 독자의 취향에 맡기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분명 등골에 오싹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읻다 출판사가 선보이는 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잊지 못할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닷컴 이창섭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08-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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